"헬스나 필라테스 영수증 구해요!"
지난달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수상한 '구함 글'이 올라왔습니다.
A씨는 "회사에 비용 청구해 받으려 한다. 4월 중 50~100만 원 정도 결제한 영수증"이라는 구체적 조건도 적었는데요.
누리꾼들은 "가짜 영수증을 내고 체련단련비를 챙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회사 비품을 몰래 판매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커피믹스 등 탕비실에 있을 법한 식품이 포장 없이 낱개로 올라왔기 때문이죠.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일명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요.
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변형한 단어로 회사 물건을 개인적으로 소비하며 만족감을 얻는 행동입니다.
직장인들은 회사 탕비실에서 과자, 음료수를 챙기거나 회사 프린터로 개인 자료를 대량 인쇄하는 등 회사에서 소확횡을 함으로써 소확행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소확횡이_곧_소확횅"이라는 해시태그와 더불어 인스타그램에 '소확횡'을 검색하면 천여 개의 게시글이 등장합니다. 직장인들이 푹 빠진 소확횡 놀이, 일각에서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귀여운 장난이라고 여기지만 이 역시 절도에 가깝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욕심을 부리지 않을 물건인데, 이상하게 '회사'만 오면 그렇게 챙기고 싶어지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탕비실 한편에 채워진 커피믹스, 낱개 포장된 과자, 사탕, 초콜릿 등 양손 움큼 채우고 주머니에까지 가득 채워야 기분이 좋아진다는데요. 사무용품을 집으로 가져가거나 사무실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것은 기본. 화장실은 출근 후에, 양치는 점심시간 이후에, 근무 중 흡연은 10분씩과 같은 성에 안찰 땐 회사 '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소확횡에 공감하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는 '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반항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사회 초년생이 회사생활에 치이다 보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시간도 내기 힘들다, 소확횡은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신입사원 버전의 소확횅"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확횡은 회사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개인 차원에서 해소하려는 사회 현상 중 하나"라며 "근로자가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제도적 창구가 부족한 한국 사회의 특성도 소확횡 현상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확횡이 결코 소소한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작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여러 사람이 하기 때문에 회사는 부담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또한 같은 직장인으로 동료가 소확횡을 하는 걸 보기만 해도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소소할지라도 이 역시 절도라는 겁니다.
위의 사례인 A씨 경우처럼 일부는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기도 하는데요. A씨가 거짓 영수증을 구매, 제출한 사실이 적발되면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판매자에게도 사기 방임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회사 비품을 사적으로 쓰는 횟수가 잦거나 처분한 그 누적액이 크다면 징계 사유는 물론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2013년 회사 창고에서 커피믹스를 훔쳐 되팔다가 걸린 식품업체 직원이 절도 협의로 입건됐는데요.
당시 지나친 대응이라며 두둔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빼돌린 양이 3천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뒤집혔죠.
문제는 소확횡을 절도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누가 몇 개의 비품을 썼고, 얼마큼 먹었고, 챙겨 놨고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건 서양에서 소확횡 놀이가 유행한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이를 '직원 절도'로 간주하고 절도의 종류를 세분화해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도 직원 절도로 인한 기업들의 손실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탈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분석했습니다. 공용물건이기에 죄의식이 낮은 데다 안 쓰면 손해 보는 느낌마저 들고 인증샷 릴레이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하고 있다'는 동조심리를 자극하고 죄책감이 분산된다는 것이죠.
'평생직장' 개념이 퇴색하고 조직 충성도가 낮아진 요즘 분위기가 '소확횡'에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하지만 퇴근 후 업무지시 거부 등 철저한 공사 구분을 원하는 MZ세대가 정작 회사 자산을 유용하는 모습은 모순으로 비치기도 하는데요. 사회 초년생들이 직업윤리를 갖출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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